12/20/2024 굳이 글쓰기. 마흔세 번째
어제의 글을 통해 위임의 중요성에 대해서 다루었습니다. 오늘은 가정 안에서 왜 위임을 하고 서로 협력해야 하는지 이야기를 나누어 볼까 합니다.
위임은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선택 사항이 아닙니다. 가정에서도 각자가 맡은 역할이 어느 정도는 분명하게 구분되고 존중되어야 합니다. 지금은 성 역할의 구분이 모호해지고 있지만, 아버지는 아버지의 역할이 있고, 어머니는 어머니의 역할이 있습니다. 그래야 아름다운 협업과 상생이 가능해집니다.
아버지에게서는 아기가 섭취해야 할 영양분과 면역항체가 가득 담긴, 이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젖이 나오지 않습니다. 아기는 엄마의 품에 안겨 젖을 빨면서, 엄마의 뱃속에서부터 들어오던 심장 소리와 온갖 장기의 소리를 들으며 평안을 찾습니다. 자신에게 가장 완벽한 환경이었던 자궁에서의 고요하고 평안하고 안전했던 기억을 다른 어디서 얻을 수 있을까요?
반면 어머니는 아무리 힘이 세고 용감하고 몸집이 크다 하더라도, 아버지의 남성성을 가지지는 못합니다. 아버지는 아이에게 강하고 담력 있게 세상을 이기는 법을 가르쳐 줍니다. 세상을 어떻게 탐험하는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하는 삶은 어떤 것인지 직접 보여줄 임무가 있습니다.
물론 저는 아빠가 아이를 품에 안고 분유를 먹이고, 따뜻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아기를 재워주고, 함께 놀이를 하며 목욕을 시키는 것에 대해서 너무나 훌륭한 양육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부모라면 아무리 바쁜 아빠라도 당연히 자녀와 눈을 맞추고, 살을 맞대고, 함께 즐거움과 사랑을 나누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꾸준히 가지라고 조언하고 싶습니다. 그래야 합니다.
당연히 엄마도 자기 일에 당당하고 책임감 있게 임하며,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모습을 아이에게 보여 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빠니까 엄마가 하는 일을 하면 안 되고, 엄마니까 아빠가 하는 일을 하면 안 된다는 과거의 상식이 인습이라고 생각하며 강하게 반대하는 일인입니다.
그러나 아버지 없이 어머니 밑에서 자라난 아이도, 어머니 없이 아버지 밑에서 자라난 아이도, 그 안에는 어떤 채워지지 않은 공허감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 공허감은 성인이 되어서도 좀처럼 사라지지 않습니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서로의 남성성과 여성성에 따라, 그리고 개인적 특성과 재능에 따라 서로에게 맞는 주된 역할을 나누어 협력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아이들이 자라가면서 어릴 적부터 가사일에 동참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아이들은 장차 부모로부터 독립해서 각자의 인생에 책임을 져야 하는데요, 요즘 많은 부모님은 아이들에게 공부만 하라고 몰아붙이고, 삶의 기본적인 기술들을 가르쳐 주지 않습니다.
그렇게 부모에게 받아먹기만 하고 자란 아이들은 생의 기본 기술뿐만 아니라, 어떤 경우에는 기본 인성을 배울 기회조차 박탈당합니다. 안타깝게도 그 중 많은 자녀는 자신들이 똑똑하고 건강하게 자란 것이 마치 자신의 공로인 양 여기고, 너무나 오만하고 이기적인 안하무인들로 자라나고 있습니다.
‘오냐오냐’하며 자신의 비위에 맞추는 어른들 밑에서 자라난 자녀들은, 서로 협력하고 서로를 섬김으로 얻는 행복과 보람에 대해 배울 기회를 박탈당합니다. 그렇게 성인이 되어, 아무리 공부를 많이 하고 전문성이 뛰어나더라도, 타인에게 공감하고 타인을 배려할 수 없는 사람들은 자칫 잘못하면 사회에서 매장을 당하게 됩니다.
그러나 어릴 적부터 부모와 가사 일을 협력하며 자란 아이들은 다릅니다. 가사 노동이 힘들고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경험하기에, 어릴 적부터 부모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가지게 됩니다. 이 사회를 책임지고 이끌어 가는 어른들에 대한 존경심을 갖게 됩니다.
이런 아이들은 청소, 정리, 요리 등의 기본적인 삶의 기술들이 몸에 익어서, 성인이 되어도 어려운 일을 감당하는 것이 그리 힘들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노동의 가치를 알게 됩니다. 겸손하고 책임감 있고 지혜로운 사람으로, 서로 함께 일을 분담하고 위임하고 협력하고 배려하는 공동체의 일원으로 자라게 됩니다.
그러므로 일터에서뿐만 아니라, 가정에서도 부모의 주된 역할과 책임을 나누고, 또 가사를 자녀에게 위임하여 서로 협력하고 상생하는 것을 아이들이 어릴 적부터 자연스럽게 배우게 해야 합니다.